대집합! / 코메이지 코이시의 두근두근 대모험 6화 갈무리

대집합! / 코메이지 코이시의 두근두근 대모험 6화 갈무리

일본의 동인 게임 시리즈, ‘동방 프로젝트’는 1995년 그 시리즈의 막이 오른 이래 2025년 현재까지 약 27년 동안 일본의 수많은 서브컬처 향유자로부터 크나큰 사랑을 받아왔다.

동방 프로젝트는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많은 동인 활동가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보장해 주었는데 이것에 화답하듯, 이들은 각종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굿즈 등을 공개하고 교류하며 동인 활동의 새로운 지표를 열어주게 되었다. 이것이 동방 프로젝트가 27년의 세월 동안 굳건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이며, 동방 프로젝트가 여태 존재한 다른 동인 게임들과는 다른 커다란 차별점이다.

동방 프로젝트의 아버지인 ZUN은 “환상향(동방 프로젝트의 주요 배경)은 사람 수만큼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동방 프로젝트는 본작과 2차 창작 내 세계관을 확실하게 구별하는 대신 2차 창작 내의 세계관은 그것을 구축하는 자가 마음껏 만들어갈 수 있도록 풀어주는 널널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각종 동인 행사에서, 전 세계에서 동방 프로젝트를 향유하는 동인 활동가들이 구축한, 다양한 종류의 ‘환상향’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환상향의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동방 프로젝트의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찬 미소녀 동물원도 환상향이 될 수 있으며, 꿈과 희망도 없는 참혹하고 비참한 피카레스크도 환상향이 될 수 있다. 자신만의 환상향을 구축하는 것은 동방 프로젝트를 향유하고 즐기는, 오직 당신의 몫이다.

그중에서 ‘코메이지 코이시의 두근두근 대모험’ 속에서 구축된 환상향은 동방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구축되어 온 수많은 환상향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참담인 모습의 환상향이지 않을까 싶다. 코메이지 코이시의 두근두근 대모험, 일명, ‘코이두근’은 세탁선이 2009년 6월 28일부터 현재까지 니코니코 동화에서 연재하고 있는 동방 프로젝트의 2차 창작 애니메이션이다.

동방 프로젝트의 캐릭터인 ‘코메이지 코이시’는 자신의 언니인 ‘코메이지 사토리’를 위해 물고기를 잡으려 자신이 거주하는 ‘지령전’에서 나와 호숫가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는 낚싯대를 가지고 있지 않아 그것을 빌리기 위해 호수 주변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 ‘홍마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홍마관의 문지기, ‘홍 메이링’은 수상한 그녀가 홍마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그렇게 벌어진 실랑이 속에서 그녀는 코이시의 뺨을 때린다.

자신의 뺨을 때린 홍 메이링에게 참지 못하고 그녀는 무의식을 다룰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홍 메이링의 목에 치명상을 남기고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홍 메이링 앞에 홍마관의 당주의 여동생, 작은 아씨 ‘플랑드르 스칼렛’은 광기 어린 분노를 품고 코이시를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 낼’ 다짐을 한다.

코이두근의 기존의 동방 프로젝트 2차 창작 중에서 가장 차별화된 점은 지극히 허무하고 염세적인 세계관이다. 그저 물고기를 낚을 낚싯대를 찾으러 홍마관으로 찾아가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찌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암울해지고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며 설상가상으로 그것을 해결할 실마리조차 나오지 못해 보는 이는 고통스럽다 못해 그것에 익숙해져 끝으로 갈수록 점점 허무해지고 허탈해진다. ‘과연 이렇게 심각해진 이야기를 연재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다.

이 허무하고 염세적인 세계관을 풀어내는 방법마저 보는 이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오직 코이두근만이 가지고 있는, 기괴하다면 기괴하고, 귀엽다면 귀엽고, 난잡하다면 난잡한 그 특유의 화풍, 코이두근은 그것을 한계치까지 활용하여 우리의 불쾌감마저 한계치까지 끌어올린다. 화풍으로 끌어올린 최대의 불쾌감에 코이두근은 피를 끼얹고, 절묘한 음악을 틀어 그것의 한계치를 한참 뛰어넘게 한다.

코메이지 코이시의 두근두근 대모험 5화 갈무리

코메이지 코이시의 두근두근 대모험 5화 갈무리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봉숭아뼈을 못으로 박살내고, 저격총으로 몸의 일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지가 날아가고, 온갖 엽기적인 방법으로 캐릭터들을 고통받게 만들고, 그 장면을 독특한 화풍으로 우리의 눈에 문신을 새기듯 새겨 넣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눈에 새겨지는 문신에 걸맞는 노래는 자꾸 보는 이의 달팽이관을 때린다. 우리는 이제 코이두근의 환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