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위키에서 대체역사가 절멸한 지 오늘로 약 2년하고도 7개월이 더 지났다. 대체역사의 충주를 맡던 수많은 이들이 제이위키의 질적 하락에 혀를 내두르며 새로운 고향을 짓고 난 이후로 제이위키에선 더 이상 가히 '대체역사'라 불릴 수 있는 창작물을, 오늘날의 제이위키를 키운 그것의 원천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기존의 대체역사로 한정된 창작의 공간이 다채롭게 변하게 된 것은 좋은 것이지만, 과거의 그것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수도 너무나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삭막한 대체역사의 볼모지에서 여전히 씨앗을 심어 물을 뿌리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도할 만한 일이다. 지금도 제이위키에선 대체역사의 대를 잇는 몇몇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과거 우리가 보고 즐기던 그것을 거의 온전히 담아 전하기도 하고, 보는 이가 부끄러워질 정도의 수준 미달의 그것을 ‘대체역사’란 찬란한 이름으로 포장하기도 하고,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롭고 참신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Aab’bul.Tong의 프로필 이미지 / 제이위키

Aab’bul.Tong의 프로필 이미지 / 제이위키

오늘 프로그레스는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롭고 참신한 방식으로 대체역사를 풀어내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우리에게 대체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각별한 그것을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프로그레스는 지난 1월 30일, 제이위키의 대체역사 세계관인 'COASTLINE: BLACK ICE'의 디렉터, 'Aab'bul.Tong'을 만나 프로그레스의 역사적인 첫 번째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22년 1월 19일을 시작으로 CLBI의 메인 아이디어와 대부분의 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 디렉터 Aab'bul.Tong입니다.

—CLBI가 무슨 세계관인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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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을 향한 위대한 장정 예정된 파멸인 2100년 1월 1일까지 인류는 민족, 종교, 이념 아니면 그 뭐가 되었던 이유를 찾아 싸움을 이어갈 것입니다. 증오와 무식에 눈이 멀어 먼 곳을 내다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약속된 미래는 없으며, 정의의 이름으로 거행된 모든 전쟁들의 끝은 오직 또 다른 무한한 살육전과 희생의 늪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블랙 아이스 세계관은 외부의 시점에서 마치 시험관 너머의 박테리아가 증식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처럼. 무지몽매한 이들이 끌어나가는 세계사를 관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구상된 세계관입니다. 흥미롭다 싶은 모든 요소를 기용해 오직 원작자의 흥미와 재미를 위한 창작물에는 어떠한 교훈, 가르침이나 메시지도 없는 순수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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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글은 COASTLINE: BLACK ICE의 의미와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CLBI는 무한한 갈등과 그로 인해 점점 기형적으로 진화하는 세계상을 담고 있으며 가장 극단적이고 처절하며 냉정한 역사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이끌려 살아가는 수동적인 개인 또는 집단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CLBI는 어떤 계기와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되었나요?

2022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베이징에 있던 중학생이었던 제가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에 등장하는 '신소련' 국가 설정에 큰 아쉬움을 느끼며 첫 구상의 실마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Team Thread라는 2인 동인 그룹과 함께 냉전기를 기반으로 한 대체역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If'적 아이디어에 머무르는 대체역사의 연장선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고, 현대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원작 요소를 가미하면서 전반적인 역사 흐름에 대한 재구성까지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바로 지금의 CLBI입니다.

—CLBI가 제이위키에서 연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이위키에 자리 잡기로 결정한 것은 당시 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인 동인 그룹에서 작업하는 이야기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자 처음에는 중국 내 창작자 커뮤니티를 모색했지만, 장르적 부조화와 소규모 커뮤니티의 분산적 운영 방식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제가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국 내 커뮤니티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제이위키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